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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5:04

GMF2013에서 가장 빛난 사람을 꼽으라면 감상




 풍문으로만 전해들었던 GMF에 올 해 처음으로 참여했다. 최근 부쩍 자주 가게되는 올림픽공원에게 어쩐지 친근감마저 든다. 소위 '음악 좀 듣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GMF는 여느 공연장과는 달리 아티스트가 연주&노래하는 동안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는 관객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 어디든 자리를 깔고 앉으면 그 곳이 바로 공연장이 된다. 말 그대로 축제다, 축제!



쨍쨍한 해를 숨겨주는 착한 구름이 있고



낯선 여인의 개입이 하늘을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GMF2013!





  기억에 남았던 몇 곡을 기록해두고 싶어 이렇게 포스팅을 시작한다.





 페퍼톤스 - <21세기의 어떤날>   사실 페퍼톤스는 여성객원보컬, 더럽게 어려운 코드로 친숙하다. 하지만 공연 말미에 불렀던 <21세기의 어떤날>은 페퍼톤스의 모든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손색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늘 지금 바로 여기 이 멋진 우주 한복판에서 너를 만나 정말 기뻤다. 눈을 감고 소리치며 21세기를 함께 느꼈던 우리 기억되길'이라는 노랫말처럼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안겨줄 수 있던 노래가 아니었나 싶다. 측면 전광판으로 보여준 영상도 참 마음에 들었다.





 불독맨션 - <Stargirl 2013>   대학 신입생시절 첫번째 동아리 정기공연의 마지막 합창곡이 불독맨션의 <좋아요>였다.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멜로디 덕분에 '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노래를 꼭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러모로 의미있는 곳이 바로 GMF다"며 운을 떼기 시작한 이한철님께서는 관록이 묻어나는 멘트와 재기발랄함을 선보였다. 덕분에 잔디에 앉아있던 나는 무대로 달려가 온 몸을 흔들어 제끼기 시작했다. 특히 <Stargirl>이 나왔을 때는 관객들 모두 양팔을 흔들며 신나게 관광버스춤을 추었다.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탭, 아티스트, 관객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바, 아마 GMF2013 첫 날의 가장 흥겨웠던 장면, 순간은 바로 이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승환 - <완벽한 추억>   혹자는 소위 '락하는 이승환'에 대해 불호를 표시한다. 나 역시 그래왔고. 하지만 이승환의 공연을 본다면, 그 생각은 뒤집어지기 마련이다. '사랑은 변하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에 깊었는데, 우리는 어쩜 이렇게 변화에 저항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승환의 변신은 충분히 가치있다. 이승환의 공연을 가면 20대보다 더 열정적인 '누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날도 아들 둘의 손을 잡고 오신 어머니께서 발을 동동구르며 '오빠의 등장'에 기뻐하고, 또 20대들은 '캬, 이 노래가 나오네'라며 옅은 회상에 젖는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이승환의 공연은 그런 공연이다. Hall of Fame으로 손색없는 무대. 그 중 내가 '캬, 이 노래가 나오네'라며 회상에 젖었던 곡이 바로, <완벽한 추억>





 정기고 - <Blind>   예상보다 터프한 복장으로 등장한 정기고. 수변무대를 가득 메운 여성팬들의 괴성을 받기에 충분했다. 멘트도 잘하고, (본인 말에 의하면 목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지만)듣기 편안한 목소리는 새삼 그의 존재를 이제라도 알았음에 감사하게 만들었다. 여느 세션들이 그렇지만, 유독 호흡이 좋아보였다. 아무래도 정기고하면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Blind>. 모쪼록 그의 말 하나하나에 여성팬들은 '아~'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어쩌면 다소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윤하 - <기다리다>   "여가수가 벗으려는데도 호응이 없네", "춤추다가 가사를 까먹었어요". 몸을 흔들기도,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윤하의 데뷔무대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예상대로 가창력은 흠잡을 데 없었고, 무대매너도 좋았다. 아, 정말 매력적인 아티스트! "아무래도 이 노래를 해야할 것 같다"며 갑작스럽게 키보드를 세팅하고 부른 노래가 바로 이 곡. 전주만으로도 소름돋는 노래 가운데 하나가 이 곡이다. 뭐, 누구든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들어보고 불러봤을 노래가 아닐까. 아쉬웠던 점은 내 앞에서 "야, 노래방 온 것 같다"며 대차게 노래를 따라부르고, 어깨동무를 하며 좌우로 반동을 주던 괴랄맞은 관객 3명이었다. 첨부된 영상은 다소 실망스러운 라이브&연주지만, 모쪼록 라이브의 맛을 느껴보시기를 바라며.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사실은 다음에 있을 오지은히메의 무대에서 앞자리에 앉기 위해 선택했던 스테이지. 하지만 난 감동받았다. 다소 강해보이는 비주얼과는 달리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할 수 있는지! 쌀쌀한 날씨마저 녹이는 노래가 최고였다. 무대에서 여유도 느껴지고, 악기구성도 좋고, 재미있는 멘트로 관객들의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참 괜찮은 아티스트! '아,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이었어'라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옥상달빛, 그녀들은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소소함을 발견해서 음악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주가 있음이 분명하다.





 오지은 - <서울살이는>   내가 정말 애정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친애하고... 아무튼 모든 찬미의 수식어를 다 가져다 붙히고 싶은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 섬세하고 예민한 본인의 감정을 음악으로 다스리고, 자신의 일상은 농담과 위트 그리고 '좋은 것들에 대한 표현'으로 채우는 그녀가 참 좋다. 사운드 체크하는 스탭들에게 일일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저녁 늦은 시간 수변무대에 향하는 관객들에게 "추우니까 겉옷을 꼭 챙기세요"라는 당부의 말을 할 줄 아는 아티스트. 정작 무대위에 선 당신은 "멋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며 걸치고 나온 목도리를 풀었다. GMF2013 최고의 순간은 바로 이 무대에서 일어났다. <서울살이는>을 부르며 객석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오지은. '관객들과 아이컨택까지 하는 마음씀씀이를 보여주다니, 역시 참 좋은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며 괜히 코끝이 짠해졌는데, 갑자기 노래를 부르던 그녀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그녀를 격려했고, 그녀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함께 노래를 불러주었다. 왜 남이 우는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 울게되는 그런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 같은데, 그 날 나도 그랬다. 노래를 듣던 나도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여러분 GMF 재미있게 즐기고 계신가요? 가수가 노래하다가 울고 그러면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또 금새 평정심을 되찾은 그녀는 자신의 1-3집 타이틀곡을 부르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  저 : "식사는 하셨어요?"
  • 당신 : "이제 끝나서 먹으려고 합니다."
  •  저 : "서울살이가 참 힘들죠?"
  • 당신 : "아, 제가 노래로 여러분께 위로를 드렸어야 하는데 주책맞게..."
  •  저 : "아니예요. 덕분에 위로 많이 받고 갑니다.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공연을 마치고, 


 이라며 공연의 소회를 남긴, 오지은.



 "맛집투어를 핑계로 전국순회공연 놀러오세요. 부산은 돼지국밥, 제주는 고기국수, 전주는... 그래! 해장국!"이라며 공연 홍보를 하고, 자신의 싸인에 '오지은 올림'이라고 쓰는 이 아티스트를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GMF2013에서 가장 빛난 아티스트는 단연 오지은이었다.





덧글

  • 2013/11/07 12: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07 16: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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